2030 모시기 '과열'…與, 野에 이력서 낸 청년까지 영입

입력 2021-12-01 17:26   수정 2021-12-02 00:58

2030세대 청년들의 주가가 여의도 정가에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모두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층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다. 하지만 이렇게 영입된 청년들이 단순히 ‘얼굴마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인공지능(AI) 개발자 김윤기 씨(20),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37), 송민령 KAIST 연구원(35), 최예림 서울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35)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최연소인 김윤기 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프로그램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번역 AI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 후보는 영입 행사에서 “미래와 청년에 대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청년 세대가 스스로의 미래를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29일 30세의 스트류커바 디나 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디나씨는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의 손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 주요 간부 보좌역에 2030세대 7명을 충원했다. 이 중 최연소는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밑에서 일하는 박민영 보좌역(28)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청년은 선거 때 쓰고 버리는 정치적 액세서리가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은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얼굴마담이 필요한 정치권이 청년 영입을 확대하자 평소 청년 문제보다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대거 합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영입한 김윤이 대표는 불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하버드 동문으로, 합류 의사를 전달받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씨를 선대위에 추천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며 “하루 전만 해도 의원실을 찾아와 이력서를 건넸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청년단체가 지지 후보를 갈아타는 ‘전향 선언’도 등장했다. 국민의힘 20대 지지자 모임인 ‘팀 공정의 목소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여러 경로로 윤석열 선대위 내에서 청년들이 홀대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모셨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때마다 청년들을 당으로 모셔 앞에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청년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간 영입된 청년 의원 가운데 몇 명이나 재선에 성공했느냐”고 지적했다.

전범진/좌동욱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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